🔖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에서 누군가를 지우고 이야기만을 남겨 유용한 만족감을 얻어내는 방식이, 누군가의 목소리에서 누군가를 지우고 소리만을 남겨 소음으로 치부해버리는 방식만큼이나 사람에게서 사람을 지우려는 기꺼운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있는 힘껏 소리를 내는 일은 그 의지들로 가득한 세계의 복판에서 어떻게 방법을,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까. 듣지 않고 보지 않으려는 무관함의 감각이 그려내는 무수한 수평선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닿을 곳 없이 길을 잃기만 한다면, 계속해서 여기에 사람이 있다고 사람의 소리를 내는 일은 과연 어떻게, 어떤 의미를 보존하며 계속되어갈 수 있는 것일까. '나'의 순서가 찾아와 카드를 뒤집을 때마다 타인이 내는 종소리에 눌려 '나'의 목숨이 순장되는 일이 “끊임없이 죽어도 죽지 못하고 살아나는”(<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게임처럼 반복되는 가운데, 이소호의 시는 카드를 뒤집는 일보다 앞서 결정되어 있는 게임의 룰을 따르듯 결국 “일렁일렁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계속 끊임없이 돌을 하나, 돌을 둘” () 던지는 일에 관해 적는다. 그 계속되는 쓰기의 돌 던지기에서 그는 독자가 윤리적 당위가 아니라 외려 그것이 덜어 내어진 가벼운 문장들을 마주하기를, 그 텅 빔을 감각하기를 기대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문장, 연과 행과 단어는 '불펌'을 위해 태어난, 기시감이 드는, 그럴듯하고 쓸모없는 오브제들입니다. 아무렇게나 원하는 대로 잘라도 되고, 퍼가서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인테리어에 유용하게 써보세요. 당신의 생각에 감성을 조금 더할 수 있습니다.